학교 사범대 학장님이 보내온 편지

오늘 아침에 도착한 우편물입니다.

사범대 학생 학부형님께

  을유년 새해를 맞이하여 댁내 두루 평안하신지요.
  저는 서원대학교 사범대학의 학장직을 맡고 있는 박희두 교수입니다.
  귀댁의 자녀를 저희 대학에 맡겨주시어 항상 감사드리는 한편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심초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자녀를 통하여 들으신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우리 사범대학 학생들은 매년 국가에서 실시하는 국공립학교 교원 임용고사에 합격하여 많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교사의 길로 나서고 있습니다. 학부형님께서도 이점을 감안하시어 많은 학생들을 저희 사범대학에 응시하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사범대학 교수일동은 학부형님들의 뜻에 부응하기 위하여 일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간 교원 임용고사가 없어지던지 아니면 모집 정원이 대폭 축소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가 왜 닥쳐오는지 또 어떻게하면 이러한 위기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오늘 학부형님께 설명 드리고자 해서 이렇게 편지를 내게 되었습니다.
  원래 10수년 전까지는 국공립학교 교사는 국립 사범대학 출신자이어야만 발령 받을 수 있도록 교육법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립 사범대학에서는 이는 부당한 법이라고 생각되어 헌법재판소에 청원을 냈고, 드디어 1990년 10월 헌법재판소에서는 교원 임용에 있어 국립과 사립 사범대학을 차별하는 것은 한법 기본정신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이 난 그 해부터 국립 또는 사립 사범대학 출신에 관계없이 모두 교원 임용고사를 거쳐 국공립학교 교사로 임용하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실시되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위헌판결이 났던 해 즉 1990년도 그 이전에 국립 사대를 졸업하였으나 교사 자리가 없어 임용되지 못했던 사람들이 약 9,000명 정에 달하는데 이 들이 『미발령자 완전발령 추진 위원회』(편의상 보통 미발추라 부름)라는 조직을 만들어 이제 와서 자기들 모두를 국공립학교에 임용시켜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간청하고 있으며, 그들의 간청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국회는 현재 이들을 모두 국공립학교에 발령 낼 수 있는 특별법을 여야의원이 거의 만장일치로 제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등 교원 임용수가 전 과목 모두 합쳐 1년에 약 3,000명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미발추 때문에 당분간 임용고사로 교사를 뽑을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미발령자 9,000여명은 그의 95%가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을 제외한 수요가 적은 과목에 해당되는 분들입니다. 2003년 12월에 국회 교육분과위는 미발추 중등교원 특별채용은 법적·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어 제외하는 대신 3년간 부전공연수 및 교대 특별편입기회를 부여하는 구제방안을 마련하여 국회통과를 시켰습니다. 국회 교육분과위에서는 그 시행을 하기도 전에 다시 특별법을 제정하여 특별임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저희 사립 사범대학에서는 국립 사범대학 졸업생만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악법이라며 입법하지 말 것을 수수쳬 탄원도 하고 항의 시위도 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발추는 위헌판결로 인해 자신들은 억울함을 당하였고, 자신들이 완전 발령 받더라도 임용고사로 뽑은 인원수에는 영향을 주지 않겠다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며 국회의원들을 설득 시키고 있습니다. 저희가 보기에 미발추들의 제안은 현실성이 없는 것이며, 그 들이 제시하는 어떠한 방법이든 사립 사범대 출신자들이 교사로 진출하는 기회를 방해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미발추를 위한 특별법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립 사범대 학생들을 단지 사립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함을 맛보게 하는 악법입니다.
  전국 사립 사범대학 교수 및 학생들은 이 법이 제정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학부형님께서도 혹시 미발추를 위한 특별법에 관계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으시거든 헌법에 위배되는 악법임을 적극 홍보하여주실것을 부탁드립니다. 특히 뒤 장에 있는 국회 교육위원에게 전화 한 통씩 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엄동설한에 건강 조심하시며 댁내 두루 평한 하시그를 기원 드립니다.

2005년 1월 20일

서원대학교 사범대학장 박희두 올림

(밑줄은 원래 본문에 그어져 있던것입니다)
나도 한명의 사범대생으로, 미발추 문제를 완전임용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내 앞은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준비도 하지 않은채 해가 바뀌고 임용방법을 바꾼 정부탓이라는 생각도 든다(남에 탓하기 ㅡㅡ;). 하지만, 1990년대부터 국립도 임용고시를 보는것이면 ‘미발추’소속 회원분들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벌써 2005년이다. 고시 준비를 해도 충분히 준비할만한 시간이 아닌가?
거꾸로 생각해보면, 완전임용을 믿고 국립사대에 진학한 분들은 국가에게 배신을 당한꼴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근래에 한차례 ‘사범대 가산점 폐지’건도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완전임용’인지 ‘임용고시’인지는 확실히 많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물론, 가산점도 엄청난 차이를 불러오지만). 모쪼록 양쪽 다 득이 되는 쪽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무조건 반대만하려는 사범대학장님도 문제라고 생각된다(별달리 방법이 없는것이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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